비만의 역설... 적당히 살쪄야 더 오래 산다
우리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각종 질병이 생길 위험이 커져, 무병장수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로 체중이 늘어날수록 수명은 짧아지는 것일까?
◇동서양 공통 '과체중'이 제일 오래 산다
보통 무병장수를 위한 몸은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종 다이어트 식품이 넘쳐나는 것도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인류의 노력 중 하나다. 하지만 각종 연구는 가장 장수하는 몸은 과체중이라고 얘기한다.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 포틀랜드 주립대, 캐나다 맥길 대학교 연구팀이 캐나다인 1만1386명의 건강 자료를 12년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로는,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과체중 군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다음으로 정상 체중, 비만, 고도 비만, 저체중 순으로 수명이 길었다.
정상 체중인 사람의 사망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저체중은 사망 확률이 70% 이상 높았고, 고도 비만자는 36% 정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과체중인 사람은 17% 정도 사망률이 낮았다. 비만자의 사망 확률 자체도 정상 체중과 비슷했다.
과체중인 사람이 가장 장수한다는 통계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아시아인 114만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비만연구에서도 WHO 기준 과체중에 해당하는 체질량지수(BMI) 22.8~27.5 kg/m2사이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WHO는 BMI 18.5~24.9를 정상, BMI 25.0~29.9는 과체중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도 과체중에 속하는 사람들이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다는 연구가 있다. 2006년에는 한국인에서 BMI와 사망률이 21.9~27.9 kg/m2에서 가장 낮다는 연구가 발표됐고, 한국인 1200만여명을 대상으로 BMI와 사망률 조사한 2015년 연구에서는 한국인 최적 BMI가 18.5~24.5 kg/m2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체중, 무리한 다이어트 하지 않아도 건강
전문가들은 과체중 구간에 해당한다면 무리한 다이어트가 필요 없다고 얘기한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조정진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BMI 25~29.9 kg/m2구간에서 당뇨병, 고혈압 등 질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조정진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해당 구간을 과체중이라 불러 위험구간으로 관리하는 것이나, 사망률이 다른 구간보다 낮아 결과적으로는 좋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승준 약리학교실 교수도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사망률만을 본 것으로 삶의 질에 관한 연구는 아니며, 체중이 늘어나면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역시 증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부러 체중을 증가시킬 필요는 없으나,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도 좋은 식단과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면서 오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승준 교수는 "모든 비만을 질병처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건강에 아주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고도 비만이 아닌 이상 체형은 외모의 특징일 뿐"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3/26/20210326008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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