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병원성 대장균… 고기도 채소도 속까지 '푹' 익혀야
식중독·햄버거병의 주원인, 유소아에 효과적인 약 없어 치명적
경기도 안산시 한 유치원의 집단 식중독 사고에 이어, 부산 어린이집에서도 원생 30여 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여름이면 식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가장 큰 원인은 '병원성 대장균'이다(30% 정도). 대장균은 우리 몸에 흔하게 있는 균이지만 장독소성 대장균, 장출혈성 대장균 등 일부 균이 병을 일으킨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일명 '햄버거병(용혈성 요독증후군)'도 병원성 대장균이 원인이다.
◇병원성 대장균, 여름에 90% 집중
병원성 대장균은 설익은 고기에 있을 수 있으므로, 중심 온도 75도, 1분 이상 가열해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병원성 대장균이란 대장이나 소장에 침입해 독소를 생성, 설사·혈변·복통·구토 증상을 일으키는 대장균을 말한다. 병원성 대장균은 덜 익은 쇠고기, 특히 간 쇠고기나 햄버거 패티, 햄, 소시지 등 육류 가공품을 주의해야 한다. 제대로 씻지 않은 채소도 원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15~2019년 식중독 원인균을 살펴본 결과, 병원성 대장균에 감염된 경우가 1만44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다음으로 노로바이러스 5907명, 살모넬라 5023명 순이었다. 병원성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여름(6~9월)에 91%(9508명)의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콩팥 손상 일으키는 장출혈성 대장균
병원성 대장균 중에서도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증세가 심하다. 일산차병원 소화기내과 박윤수 교수는 "장 안에서 만들어진 독소에 의해 급성 혈성 설사, 혈소판 파괴, 콩팥에서 독소를 걸러내지 못해 생기는 요독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용혈성 요독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환자의 2~7%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안산 유치원생 4명도 콩팥 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했다.
문제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연희 교수는 "성인은 아지트로마이신 같은 항생제를 투여하면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어린이는 오히려 독소 방출이 증가해 항생제 사용은 금기이며 아직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어린이에게서 감염 예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 역시 장기 기능이 떨어져 있어 용혈성 요독증후군 위험이 높으며, 이로 인한 사망률도 5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다.
◇육류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어야
병원성 대장균 감염을 막으려면 화장실 사용 후에 손 씻기를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이 입에 넣는 장난감, 음식들에 균이 함께 따라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리자는 조리 전 비누 등 손세정제를 사용해 30초 이상 손 씻기를 해야 한다. 주요 감염원인 육류는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육류의 중심 온도(식품 중심부분 온도)는 75도 이상으로, 이 온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해 먹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영양팀 이송미 팀장은 "센 불에서 고기를 굽기보다 중간 불에 충분히 가열해 속까지 익혀야 한다"며 "햄버거 패티 등 가공 육류는 설익은 것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채소 역시 꼼꼼하게 흐르는 물에 3번 이상 씻어서 먹고, 이 때 전용 세정제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송미 팀장은 "식중독 위험이 높은 한여름에는 생채소보다는 익혀서 먹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도 채소용·육류용·어류용 도마로 구분해서 사용하자. 가열 조리된 식품도 남았다면 빠른 시간 내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2/2020070204613.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