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뇌의 활동보다 중요할 ‘대장 운동’
‘장(腸)의 운동 vs 뇌(腦)의 활동’.
우열을 가르는 게 우스운 일이지만, 장은 오랫동안 뇌에 비해 열등한 장기 취급을 받았다. 대강 이런 논리다. ‘소화’로 대표되는 장의 운동은 다른 동물들도 다 한다, ‘인식’하고 ‘상상’하는 뇌의 작용은 인간만 할 줄 안다……. 장과 뇌의 활동을 구별한 뒤에, 중요도의 측면에서 뇌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가는 중이다.
◇비만·암에도 영향 주는 장내 미생물
장내 미생물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장을 단순한 소화기관으로 보는 시각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몸속의 미생물 생태계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의 분포가 소화를 넘어 비타민 합성, 우리 몸의 면역에까지 광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면 비만‧당뇨 같은 대사질환,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질환, 때론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가 잇따른다.
그런데 최신 연구들은 장의 활동이 생리나 질병에 대한 영향을 넘어 사람의 ‘정신’과도 관련을 맺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연구를 총칭해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 이론이라 부른다. ‘장-뇌 연결축’ 이론 중엔 장의 미생물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이 혈액을 타고 순환하며 면역과 물질대사를 넘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도 있다. 장을 아예 ‘제2의 뇌’로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장내 미생물 변화 보고 초기 치매 판단
의학 분야에선 당장 치매 연구가 탄력을 받는다. 지난달만 해도, 장내 미생물 분석으로 치매 초기 단계를 식별하는 방법에 관한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의 분석이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란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치매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의 장과 정상적인 사람들의 장을 비교했더니, 서로 다른 미생물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하면, 뇌의 병리학적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치매 조기 진단의 가능성과 함께, 장 내 환경 개선을 통한 치매 치료의 가능성까지 기대했다.
그러니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장내 미생물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장내 유익균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섭취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 유익균이 함유된 발효식품 섭취도 큰 도움이 된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단기적으로, 급속히 파괴하는 항생제 사용은 줄여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팁. 연초엔 명상이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한다는 중국 연구진의 분석이 공개되기도 했다. 마음과 몸은 장을 통해, 양방향 소통을 하면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7/14/20230714021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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