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6일 LG헬로비전-헬로지역사회칼럼에 등재된 김종천 이사장님의 칼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이미 200만 명을 넘은지 오래되었고, 2030년에는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급격히 늘어나는 외국인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위한 이민정책과 통합적으로 관할할 소위 ‘이민청’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얼마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프랑스 이민정책 주무 부처를 찾아 이민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논의한바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 자료(2021)에 따르면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는 프랑스 전체 인구(6,760만 명) 열 명 중 한 명(10.3%, 700만 명)에 해당된다고 한다. 정부가 프랑스를 방문한 이유가 ‘다문화 세대’를 품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프랑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출입국 및 이민정책’을 주도할 ‘이민청’의 설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주로 학계에서 여러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논의가 공론화된 것은 작년 말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향후 법무부의 주요 계획으로 보고를 한 것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세 차례에 걸쳐 ‘이민청 설립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고, 올해 3월에는 민간차원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한국인구학회’와 함께 ‘이민정책을 통한 인구회복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민정책이란 ① 내외국인의 출입국 관리를 포함한 국경관리와 ② 자국의 영토 내에 거주한 이주민의 체류관리와 정책에 관한 정부 정책을 말한다. 여기에는 이주민들이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①출입국 정책, ②노동 정책, ③사회통합 정책 ④인권 개선 정책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이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를 소위 ‘이민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이주민 관련 정책을 주로 ‘외국인 정책’이라고 불려 왔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은 주로 법무부가 중심이 되어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을 세우고, 법무부 산하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각 지방의 출입국관리사무소 혹은 출입국외국인청을 통해 ‘비자심사’나 ‘체류자격 관리’를 해 오고 있다. 여성가족부 역시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워 집행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도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이주노동제도인 ‘고용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생활지원은 행정안전부, 국내 외국인 학생들에 대해서는 교육부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법무부와 학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민정책과 이민청의 신설은 기존의 ‘외국인 정책’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주민에 대한 입출국과 체류를 관리 및 통제하는 ‘외국인 관리·통제 정책’이 아니라 이주민이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노동 정책, 사회통합 정책, 인권 개선 정책 등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것이 이민정책이고 관리하는 곳이 이민청인데, 이러한 정책은 사실상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부재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작년 11월 7일 정부는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통해 인구감소, 지역별·산업별 인력난,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 등 당면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의 설치와 그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였던 것이다. 이 규정에 의거해 중장기 출입국·이민관리정책 계획 수립 및 추진, 출입국·이민관리정책 관련 기관 내·외 협업,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편 관련 공론화 및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민정책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는 않다. 기존의 외국인 유입정책이 주로 낮은 임금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직종의 일자리를 메꾸기 위한 것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단기적으로 수급하는 인력수급정책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해당 산업이 계속해서 단기적인 미숙련 인력에만 의존하게 되어 오히려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인력은 세계경제상황이 변화하면 보다 나은 조건의 다른 국가를 찾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민정책으로는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안정의 대안이 될 수 없을뿐더러 저출산과 생산인력 감소라는 우리 사회의 위기 극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민이 인구의 일부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인구정책과 이민정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민은 이민의 차원에서 봐야지 인구 문제를 이민 정책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독일 같은 경우를 봐도 외국인들이 이주한 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경우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복지 예산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사회 통합에 문제가 되기도 하고, 출생을 하지 않아 고령화를 심화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민정책은 "어떠한 외국인을 언제 어디서 유입“시킬지 등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독일처럼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를 유입해도 우리사회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 출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이민정책으로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들어와도 잘 적응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이민자들조차 우리가 겪고 있는 주택문제와 사교육문제 등과 같은 저출산 요인들을 겪는다면 쉽게 아이를 낳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보면 독일처럼 인구 고령화 위험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 원인들을 정부와 우리사회가 함께 해결해나가야만 이민정책과 이민청 설립 논의를 떠나 저출산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외국인을 이민정책으로 받아들이려면 우선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한다. 법무부에서 최근(2020)에 실시한 이주민에 대한 국민(1,004명)의 태도 조사결과를 보면, 귀화자와 영주자, 그리고 결혼이민자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한 태도를 보이지만 비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책이 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결과(2021)를 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다문화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정책은 이제 특정한 국가의 정책이 아닌 선진국 모두의 정책으로 봐야한다. 우리나라만큼 단일 민족주의가 강한 일본조차도 외국인 유치에 적극적이다. 2022년 6월 기준 일본 내 외국인이 302만 명으로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우리나라(4.5%)보다는 낮지만 ‘이민제도’와 ‘정주여건’을 앞세워 ‘영주권 비중’은 우리나라의 3배 ‘전문 인력’은 우리나라보다 10배나 높다.
이민은 이제 세계 모든 많은 국가의 보편적 현상이 되어 버렸다. 이민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 문제로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로 이민이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구 이동의 대부분은 ‘경제 부국’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의 증거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민 확대의 필요성은 경제적 효과와 인구정책에 있다. 선진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듯이 숙련자 중심의 외국인력 정책은 고령화 저출산 경향과 인력불균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외국 전문 인력 유치에 적극적이다. 따라서 시장수요를 반영한 전문 인력 도입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이민청 신설을 비롯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시행해나가야 하겠다.
김종천 박사 : 중앙대학교 및 뉴욕주립대학교(NY, Albany)에서 사회복지학을 수학하고,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1991-2001), 뉴욕주립대학교 Center for Human Services & Research(NY, Albany) 연구원(2001-2003)을 거쳐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부산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이사장 겸 단장, 햇살내리는 언덕 영파자선회 이사장, 규림요양병원ㆍ마음향기병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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