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노인은 1520원 짜리 "부실 도시락"
김동섭기자 dskim@chosun.com 장원준기자 wjjang@chosun.com 입력 : 2005.01.17 18:04 20"
결식 아동 한 끼 식사비는 2500원, 결식 노인 한 끼 식사비는 1520원. 결식 아동의 부실 도시락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결식 노인들에게 지원하는 정부의 급식(점심) 지원비가 아동 점심 지원비에 비해 턱없이 적어 노인들에게 ‘부실 식사’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전국 시·군·구에서 결식 노인 3만3650명에게 점심 급식과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급식 지원비는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 경로식당은 한 끼에 1520원이고, 복지회관에 오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배달하는 도시락은 한 끼에 2000원이다. 결식 아동 점심 지원비(2500원)보다 500~980원 낮은 것이다. 더욱이 노인 급식 지원비는 물가 인상에도 불구, 1999년 이후 5년간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최근 문제가 된 아동 급식비를 연차적으로 4000원까지 올리기로 한 반면, 이러한 노인 급식비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복지행정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복지관 등의 관계자들은 낮은 급식비 탓에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노인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문제가 된 아동 도시락에 비해 노인용 배달 도시락은 재료비가 500원이나 낮다”며 “노인들이 아동보다 더 많이 먹는데도 정부가 아동보다 낮은 질의 재료를 만들어 쓰라고 차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료 급식 60명과 도시락 배달 65명 등 모두 125명의 노인 급식을 맡고 있는 서울 관악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물가상승분만큼이라도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한 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라며 “후원재단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식 아동과 결식 노인 도시락 100여개를 만들어 배달하는 서울의 S사회복지관은 정부의 지원비대로 아동과 노인의 도시락을 차별해 만들기가 난처하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아동을 위해서는 베이컨을 주고, 노인들은 그보다 값이 약간 싼 돼지고기를 반찬으로 주고 있지만, 왜 차별해서 도시락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점심식사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부터는 중앙정부에서 시·군·구로 노인 무료 급식 사업이 넘어가, 시·군·구에서 실정에 맞춰 예산을 배정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결식 노인 식사에 대한 부실논란이 제기되자 한 끼 식사 단가를 현재 1520원에서 2500원 가량으로 인상하기로 하고, 올 추경예산 편성 때 관련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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